이번 겨울에 내일로를 다녀왔는데
코스가 개인적인 사정도 있고 해서
정동진-묵호-조치원-서산-해남-목포-강릉-속초-설악산-속초-집
이렇게 다녀왔는데 속초랑 설악산이 가깝다고 해서 한번 가봐야지 싶어서 계획에 넣었다.
다른데는 그냥 가면 되는데 여기만 산행이고 겨울산이고 악산이래서 좀 찾아봤는데
와, 진짜 장비 없이 다 가지 말라고 하고
뭐 죽는다고 하고
딴 때는 그래도 괜찮다면 겨울 설악은 진짜 악산 중의 악산이라며
심지어 멧돼지한테 습격받을 수도 있다는 글까지 있어서-
물론 조심하지 않으면 위험하지 않은 산이 없을 테지만
건강하고 평소에 걷기로 단련된 신체(특히 허벅지)를 가지고 있고 조심하는 성격이라면
장비 없이 겨울 설악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서 그냥 도전했다.
코스도 다양한데 짧은 걸로 갔다와봤자 별 의미 없을 거 같아서
백담사-봉정암-대청(정상)-희운각대피소-비선대-설악동의 14시간인가 어쨌든 최장코스 잡아서 다녀오자고 마음먹었다.
어차피 겨울이라 몇 개 코스는 중간중간 폐쇄되어서 그냥 가장 긴 걸로 잡음.
총 11시간 정도 걸린 듯 하다.
속초에서 만석닭강정 사서(ㅎㅎ) 속초 터미널에서 용대리 가는 버스 타고 용대리에서 내려서 주변 펜션 하나 들어가서 저녁으로 닭강정 먹고
겨울이라 나가서 돌아보지도 못하고 걍 물이랑 산행하면서 닭이랑 먹을 식빵 사고 트윅스 작은 봉지 사고 들어와서 혼자 TV 보다가 '아,여친 있었으면 좋겠다.' 이러다가 잔 듯.
그리고 6시반쯤부터 펜션에서 나와서 걸어서 오후 네시반쯤 도착 했으니까 열시간인가
어쨌든 12시간 안 걸림, 열심히 걸으면.
다만 대청에서 보는 일출은 볼 수 없지만 바쁜 일정에 그것까진 볼 수 없고 단지 겨울 설악오기랑 대청 찍어야겠다는 생각만으로 갔다왔다.
간단 소개
1. 코스 : 백담사-봉정암-대청(정상)-희운각대피소-비선대-설악동
보면 오른쪽에 내설악이라고 써있고 '백' 써있는데 저곳이 백담사.
영시암-수렴동대피소-봉정암-소청-중청-대청봉 갔다가 다시 소청-희운각대피소-양폭대피소-비선대-신흥사-왼쪽 아래 '악동'이라고 써있는 설악동으로 내려옴!
백담사 초입에서 찍은 사진, 요게 더 잘 이해될 듯. 그런데 어두워서-
옛날 소설에서 읽어본 오세암 가보고 싶었는데 오세암 길 폐쇄, 공룡능선도 폐쇄.
2. 복장 : 비니, 목도리, 티, 티 위에 지퍼로 열고 잠그는 약간 두꺼운 겉옷, 바람막이(얇은 바람막이 말고 자켓 같은 좀 바람막이), 바지, 양말,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
3. 먹고 마실 것 : 물 작은 병 두 통, 만석닭강정, 식빵 덩어리 하나, 트윅스 작은 봉지
4. 기타 내 짐
-
1. 백담사 가는 길
어두워서 사진이 잘 안 나오길래 좀 밝아져서 찍음
2. 수렴동대피소
아마 수렴동대피소일 거임.
간 지가 오래 되어서 기억은 잘 안 남.
첨엔 계단 나오면 좋았는데 아, 갈 수록 계단만 보면
그래도 이렇게 가까이에서 찍어도 날아가지 않는 새도 보고
용 두 마리가 보이지 않는 쌍용폭포도 보고
3. 힘들게 봉정사 도착
(봉정사 아닐 수도 있음, 어쨌든 중간에 있는 절 사진이니 아마 봉정사일 듯)
소청까지 얼마 안 남은 줄 알았지만 걷기에는 끝이 없고
4. 마침내 중청을 지나 대청 도착
(중청에서는 너무 추워서 전압 떨어져서인 지 폰이 켜지지를 않아서 찍지 못함)
중청, 대청 모두 잘 수 있는 곳으로 알고 있는데
예약이 15일 전인가부터 해야 하고 거의 당일에 다 찬다고 하니
자고 나서 대청 일출 보실 분들은 알아서 찾아보시길
난 물을 다 마셔버려서 여기서 추가로 두 통 더 삼
비싸니까 물은 그냥 1.25L 페트병으로 하나 사오는 것도 좋을 듯
마시다보면 없어져서 무게도 별로 안 나감
5. 대망의 대청봉
이거 찍고 폰 꺼져서 옆에 있는 분께
나 여기 온 거 인증샷 찍어달래서 찍고
바로 거기서 내 폰으로 사진 보냄.
감사합니다, 이름 모를 부부님.
산 정상 가면 글쎄, 주변도 한 번 보게 되고
내가 살아온 길도 한 번쯤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다 올라왔다는 뭔가 모를 해방감과 정복감도 있고 상쾌함도 있다.
해방감은 내려갈 때 다 사라지지만 정복감과 상쾌함은 지금까지도 선명하다.
이때 난 인턴 그만 두고 진로 고민하다가 몇 개 진로를 고민했는데
이 날 이 시간 최종 진로를 잡았다.
6. 대청봉에서 내려오는 길
사진 중간에 보이는 산장 같은 게 대청봉이고 그 뒤로 이어진 길 끝 산봉우리가 대청
내려오면서 찍은 길
산장에서 대청봉 쪽으로 가다보면 헬리콥터 비행장도 있음.
아마 긴급구조를 위한 것은 아닐 지?
역시나 천당 같지 않은 천당폭포를 보고
내려오는 길은 계단도 많다.
아, 그런데 희운각대피소로 내려오는 길은 거의 눈길인데 그게 걸어서는 거의 못 내려온다.
썰매 타듯이 내려와야 하는데 일반 바지로는 어렵고 그럴 때 입는 등산용 복장이 있는 거 같던데 있으면 더 좋긴 할 듯. 없어도 상관은 없음.
설악 산봉우리를 보고
마침내 설악동으로.
이 철불은 이름은 기억 안 나는데, 하여튼 엄청 크다.
옆에 사람 보면 크기 대충 짐작될 듯.
-
사람 사는 일, 사람 하는 일이 다 개인이 담는 의미가 있고
개인이 가지는 의미를 다른 사람에게 평가받고 싶어할 때 그 의미는 퇴색되는 것 같다.
하지만 개인이 어떠한 일에 담는 의미는 자신에게 의미가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개인의 의미로 다른 사람의 의미를 뭉개지만 않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극단화되고 잘못된 이성주의에서 벗어나 이성감성 공존의 가치로 나아가는 세상에
여전히 지나치게 객관화와 사실관계로 경도되어 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주관적, 감성적 가치 또한 개인이 잊어버리면 안되는 중요한 것이다.
객관과 주관, 이성과 감성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그것이 공존하고 있는 현실을 한쪽으로만 무리하게 설명하려는 성취할 수 없는 극단으로 빠지는 길이다.
처음에는 오기로 시작한 산행이었지만 산행 자체로 힘도 들고 끝까지 걸으려 노력하고 정상에 올라 많은 생각을 하니 기분도 새로워졌다. 삶 자체를 산행으로 대치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지만-길이 자체가 너무 차이나니까, 길이 자체가 다르면 안에 생기는 사건도 많아지고고민도 많아지고 일도 많아지고- 그래도 가끔 어려운 일을 겪을 때 대청에서 했던 생각을 하면 다시 기운도 생기고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어쨌든 겨울 산행은 건강한 신체와 조심으로 가능하다. 힘들면 중간에 내려와도 되니깐 인터넷만 찾아보고 두려워해서 오르려고 했던 맘을 접지는 말자. 물론 굳이 오를 필요도 없다. 설악산 오른다고 해서 인생이 바뀌는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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