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영화와 드라마

[감상] How I met your mother

전병주 변호사 2014. 4. 11. 23:45

 

How I met your mother

 

이 사람 저 사람 많이 나오는데 배우 이름까지 다 찾아쓰지는 못하겠다.

 

아, 그리고 스포 있음. 샷은 없지만 글로 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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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익 듣기 공부한다고 보기 시작한 드라마였다. 아는 누나의 추천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약간 성적인 코드가 유난히 웃긴 것도 있고, 하여튼 재미있어서 시즌1을 다 보았다. 다 보는데 이틀 안걸린 듯-

 

  추천 시즌은 시즌1, 4, 8, 9 정도. 시즌2, 3, 5, 6, 7은 별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없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테드가 '내가 어떻게 너의 엄마를 만났는지' 딸아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지금 다시 보는 중인데 시즌6 추천! 

 

  내가 TV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유난히 안보기도 하지만 이 시트콤은 내가 처음 겪는 형태의 시트콤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이 시트콤이 내게 준 감동과 공감을 뛰어넘는 시트콤은 없을 듯하다. 시트콤이라기보다는 드라마에 가깝다. 시트콤 레벨은 시즌1에서 종결되는 것 같고-

  왜 처음 겪는 것 같은지, 어떠한 공감을 느꼈는지는- 그냥 내가 각본을 짠 것 같다. 테드, 마샬, 릴리, 로빈, 바니(+트레이시)가 겪는 모든 상황들이 나에게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정말 주변에 있을 것만 같은 사람들의 있을 법한 이야기들뿐이었다.

 

  아무래도 드라마나 영화는 허구성이 기본이기 때문에, 설령 실제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썼더라도 공감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마련이고 '공감은 되지만 좋은 영화였어.'라는 느낌이지 '정말 내 이야기를 펼치고 있는 것 같아.'라고 느낄 만한 건 (지금까지 본 것 중에는)없었다. 팩션, 예를 들어 실제 인물인 제인 오스틴의 삶을 그린 영화라도 '그녀의 삶에 내가 전적으로 공감할 수는 없잖아?' 이런 느낌이랄까?

 

  시즌1에서 테드가 펌킨녀가 올 것이라며 보드를 목에 매고 새벽까지 가만히 있는 모습, 로빈이 정말 그녀가 올 거라고 생각하냐고 묻자, '이 시간 새벽에 그녀가 올 것이라고 난 당연히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그때의 기억이 소중하기 때문에 나는 여기 기다리고 있는 거야. 그걸로 충분해.' 내용은 정확히는 기억 안나는데 하여튼 내가 기억하는 뉘앙스는 그러하다.

 

  시즌4에서 마지막에 다 같이 지붕에서 남의 집 지붕으로 뛰어넘어갈 때 테드가 그 한해에 있었던 일을 모두 떠올리면서, '올해는 나에게 최저와 최고가 모두 있던 한해였지. 하지만 결국 모든 일은 원래대로 잘 돌아가게 되어있단다.'(사실은 지금 시즌4 마지막 화 테드 대사 찾아보고 있는데 시즌9 끝나고 지나치게 업뎃이 많이 돼서 못찾음. 다시 볼 수도 없고.)라고 말할 때 시즌에 있던 모든 일이 나한테도 쭉 떠오르면서 테드의 마음이 너무나도 공감되고, 그때 마침 취업준비할 때여서 더 공감하고 울었던 것 같다.

 

  시즌6에서 마샬 아버지 장례식. 꼭 아버지가 아니더라도 자신을 아껴준 사람의 장례를 가보고 그 사람이 땅 안으로 들어갈 때의 기분을 안다면 공감할 수 있고 가슴이 먹먹한 시즌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말 또한 정말 반전 같지 않은 반전으로 아름다웠다.

 

  시즌8에서 테드가 빅토리아 결혼식에서 결국 결혼 안한 남자에게(이름이 기억이 안남) '빅토리아는 좋은 여자 같은데 왜 결혼 안했죠?'라고 하자 남자가 '빅토리아는 정말 좋고 만나기 힘든 그런 사람이지만 내 운명은 아니에요.'라고 할 때, 그리고 테드가 '그렇다면 당신은 그 운명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라고 묻자 남자가 '그래요. 운명은 만날 수 있어요. 다만 그 시간과 장소가 언제 어디일 지 모르는 것뿐이죠.'라고 하는데 아 또 격하게 공감했다. 시즌9 결말 직전 내용 빼고 내가 본 시즌 중 가장 달달했던 부분. 혼자 그 대사 계속 돌려보면서 침대에서 병신 같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대망의 피날레 시즌9에서 테드가 일어나서 파햄튼의 노란 우산녀에게 다가가서 'Hi.'라고 하는데 가슴 한번 떨리고 마지막에 로빈에게 파란 호른 줄 때(호른 맞나 모르겠다. 방금 봤는데-) '아, 역시 이 드라마다운 결말이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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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에 대해 뭐 현지에서도 반응이 안좋다 하는데, 현지 반응은 안찾아봐서 잘 모르겠고 사실 좀 제목 때문에 급하게 돌린 감이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HIMYM에 어울리는 결말이 아닌가 싶다.

 

  물론 긴 여정 끝에 트레이시를 만난 테드가 트레이시랑 행복하게 사는 것도 좋은 결말이고 트레이시가 노란 우산녀일 때 말을 거는 장면에서 엔딩했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는데-

 

  글쎄, 그건 지나치게 영화같은 결말이고 지금까지 봐온 HIMYM에 어울리는 결말은 이번 결말인 듯하다. 나도 영화같은 결말을 기대하긴 했지만-

 

  그리고 실제로 시즌1부터 9까지 진행되는 동안 HIMYM 작가(들)은(아마 한명이 아니겠지.) 로빈이 결국 테드의 진짜 사랑이라는 것을 계속해서 말해왔고(심지어 바니와의 결혼식 직전까지도) 지금까지 나왔던 상황과 대사들, 예를 들어 빅토리아가 테드에게 '로빈이랑 잘 되고 영원히 행복하길 바라.'라든가 시즌8의 남자가 '운명은 만날 수 있어요. 다만 그 시간과 장소가 언제 어디일 지 모르는 것뿐이죠.'라는 대사라든가 '아마' 로빈과 이어질 걸로 엮는 건 다 예상했던 결과고 또 그게 HIMYM 작가들이 각본을 쓰고 싶던 내용이었을 것이다.

 

  한 여자에 대한 긴 사랑, 이 남자 저 남자 다 만나는 그 여자, 그리고 찌질한 그러면서도 여자는 만나는 남자, 그러한 현실적인 상황 속에 숨어있는 운명적인 흐름.

 

   삶의 순간마다 있던 감동들을 곱씹어보고 그때 느낀 감동을 어디에 적는 식으로 기억해둔다든가, 과거의 사진을 보면서 추억하는 사람들에게 HIMYM는 깊은 감동과 현실적이면서도 운명적인 무언가를 느끼게 해주는 그런 드라마가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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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비현실적인 건, 사람들은 바니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얘네 다 비현실적인 캐릭터다.

  드라마에서 병신 같이 나오는데 직업 보면 ㅎㄷㄷ

 

  마샬-판사

  테드-건축가 하기 어려워서 차선으로 싫지만 교수

  릴리-유치원 선생

  바니-미친 부자

  로빈-월드와이드리포터

  트레이시-동화책작가

 

  릴리랑 트레이시는 그나마 평범하다쳐도, 한국에서 말하는 소위 스펙으로 따지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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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시즌7 처음으로 끝까지 보는 중인데 시즌7도 멋지다. 친구들 간의 우정, 믿음에 관한, 마샬의 'Not yet' 한마디가 마음을 후벼파네. 결말을 아니까 더 가슴 떨리고 아름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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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MYM 수박겉핥기 버전 캐릭터 소개

 

  테드 : 여친 사귀었는데 그 여친이 딴 남자랑 자고 몇 남자랑 더 자고 자기 베프랑 자고 베프랑 결혼하고 이혼했는데, 자기 아내 죽고나서 자식들에게 그 여친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9년 간의 이야기를 들려줘서 허락받고 고백하러감

  바니 : 남창처럼 살다가 친구랑 사귀고 친구랑 깨지고 친구의 베프랑 자고 스트리퍼랑 사귀고 싶어서 삽질하다가 결국 처음 연애해본 그 친구와 결혼하고 이혼하고 또 여자들 집적대다가 결국 원나잇 여자 임신시키고 딸 낳고 정신 차림

  마샬 : 평생 한명이랑 연애하고 결혼함

  릴리 : 평생 한명이랑 연애하고 결혼함

  로빈 : 타국에서 일하러 와서 바에서 만난 남자랑 사귀다가 헤어지고 딴 남자들 만나다가 바에서 만난 남자의 베프랑 사귀고 헤어지고 자기 상담하던 하버드 출신 심리상담가랑 사귀다가 애 못낳는 몸이라 헤어지고 그 베프랑 다시 만나서 결혼하고 이혼하고 결국 바에서 만난 남자에게 고백받아서 결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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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너무 오랜 기간 감동 받고 공감하고 그래서 블로그에 올림 ㅋㅋ

시즌1/18화 빅토리아 유령

시즌9/9화

시즌7/12화 로빈 불임

시즌7/13화 the more the merrier

시즌7/17화 not yet

시즌8/20화 time travelers

시즌9/15화 바니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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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은 정말 너무 불쌍하다. 정말 이 이야기속 조연도 안 됨 ㅜㅜ 자기 결혼식 날 애들 다섯 명 모여 있는 거 사진 찍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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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 때리기

 

시즌2 9화 slap bet

시즌2 16화 뺨1

시즌3 9화 뺨2

시즌5 9화 뺨4

시즌7 9화 뺨 3대 추가, 뺨5, 뺨6

시즌9 7화 뺨7

시즌9 14화 뺨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