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영화와 드라마

[감상/스포일러] 곡성

전병주 변호사 2016. 7. 6. 10:15

그 유명한 곡성을 드디어 포스팅하게 되다니.

이런저런 사정으로 완전히 집중하고 보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친구들이랑 곡성 가지고 이야기해보면서 머리에서 좀 숙성은 된 상태인 것 같아서 써본다.

한 번 더 볼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더 보면 좀 다르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긴 하다.

솔직히 뒤로 가면서는 좀 지루해서 대충 봤다. 사실 무서운 영화인지도 난 잘 모르겠다. 오히려 판타지 스릴러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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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 감독 영화인데 난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니어서 그 감독이 감독한 영화는 추격자만 봤다. 유명한 영화가 추격자, 황해, 곡성 세 개인 것 같긴 하지만.

 

다른 의견들(블로그를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블로그를 참고해서 말해준 내 친구들과 영화감독의 영화에 대한 말 등을 말해준 친구들의 이야기)과 비교하면서 쓰는 맛도 있겠지만 내 개인적인 감상과 판단 정도만 이 글에 넣어서 쓸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곽도원의 삽질은 나에게 명확했지만, 천우희, 황정민, 일본인의 포지션에 대해 사실 의문이 가장 많이 들었기 때문에(실제로 이야기할 때도 이 내용이 가장 많았고)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풀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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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곡성 줄거리

 

난 곡성의 줄거리를 '사실관계 확인 없이 떠도는 소문만 믿고 이리저리 삽질하다 끝난 곽도원'이라고 하고 싶다. 사실상 영화내에서 곽도원이 한 일이란 후배 경찰이 들려준 이야기, 천우희한테 들은 이야기, 황정민한테 들은 이야기, 일본인에 대한 의심뿐이었고 그 중에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 등은 하나도 없었다.

 

2. 인물 따라

2-1. 판타지

판타지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기본적으로 천우희, 일본인, 황정민의 존재와 역할일 것이다. 변사체, 저주 등은 일본인의 역할 안에 포함되는 판타지라고 보았고 인용된 루카복음 또한 이러한 판타지를 뒷받침하는 용도로 쓰인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요소는 감독이 구상하고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판타지는 곡성 주제인 의심을 영화내에서 구체화하는데 쓰인 것이므로 구상하고 활용했을 거라고 본다. 현실과 판타지의 관계가 불명확하지만 내 생각을 설명할 수 있는만큼 현실과 판타지가 섞인 부분을 설명해보려고 한다.

 

2-2. 사건의 발생

일단 사건 발생 자체를 현실과 판타지를 잇는 관문 정도로 볼 수 있겠다. 여기서 사람의 죽음과 이에 대한 수사라는 현실과, 소문을 통해 곽도원이 의심을 시작하면서 의심과 관련된 판타지 세계가 연결된다. 영화 이야기를 많이 하다보니까 나중에 생각한 것이지만, 곽도원이 일본인을 의심하기 시작한 장면은 어떠한 사실관계에 의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후배가 들려준 괴담을 안 믿는 척하고 천우희가 일본인을 조심하라고 하면서 안 믿는 척하다가 결국 무슨 일본인에 대한 소문을 알고 있다는 사람까지 찾아가서 일본인이 이 모든 사단을 일으켰다고 생각하고 가택 침입을 한다. 자연스럽게 지나가서 영화 보면서는 생각을 못 했지만 곽도원의 의심에는 정말 소문밖에 없었고 사실관계 확인은 없었다.

 

2-3. 천우희

이러한 상황을 상상해보고 천우희의 존재 및 역할을 생각해보자. 들은 바에 따르면 대부분 천우희의 역할을 마을 수호신, 선의 역할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저주를 하는 일본인, 그와 한 패인 황정민에 대항하고 백색 옷을 입은 천우희는 선의 역할로 보인다. 초반엔 미친 사람처럼 나와서 일반인 같지 않고 초월적인 존재의 느낌을 더한다.

그런데 나는 사실 천우희가 선한지 악한지는 별로 관심이 없었고 단지 곽도원이 제대로 된 판단을 못 하게 계속 의심덩어리 말만 던졌다는 점에서 천우희가 별로였다. 도와줄 거면 도와주고 막을 거면 막을 것이지 '일본인이 나쁜 놈이야.', '닭이 세 번 울기 전까진 돌아가지 마.'라고 말만 하고 정작 액션을 보이는 건 황정민 토하게 하는 거 말고는 없다. 쉽게 말해 곽도원이 사실관계에 의거하지 못한 행동을 한 데에는 천우희가 모호하게 말만 던진 책임도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그냥 곽도원의 의심을 부풀린 존재에 불과하다.

 

2-4. 일본인

일본인과 황정민 중에 누구를 먼저 목차로 잡을지 고민했는데 그래도 일본인을 먼저 잡는 게 낫다고 본다. 영화 내에서 가장 판타지스러운 존재이기 때문에 나는 일본인이 주제를 구현하는 핵심 부품이라고 생각했다. 쉽게 말해 '의심'을 영화내에서 구현한 게 일본인이라고 생각했다.

실제 의심은 그 형체가 없지만 영화에서는 일본인으로 구체화하여 의심이 일으키는 일들을 표현한다. 영화에서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어구들인 '낚시만 던져놓는 것', '보지 못하고 믿지 못하냐.' 등은 일본인의 형체를 빌어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곽도원이 의심을 할 때 일본인이 그 현장에 있었다. 곽도원이 의심을 하고 가택침입을 하자 그곳에는 희생자들의 사진과 딸의 신발이 있었다.

 

그냥 간단하게 현실과 비교해보자. 비교하면서 생각할 것은 일본인과 의심이고, 일본인과 다음에 나올 어떤 아이를 비교하여 읽으면 안 된다. 어떤 아이가 나쁜 사람이라는 의심이 누군가에게 들었다. 어떤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그 아이가 그 주변에 있다. 사람들이 그렇게 의심하고 얘기한다. 사람들은 그 아이가 나쁜 짓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지만 의심하여 보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이는 수군거림이나 수군거림이 튀어나와 의심으로 인해 물리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일본인이 저주를 하는 등의 행동은 의심이 현실에 끼치는 영향을 판타지를 빌려 표현한 것이라고 본다.

 

2-5. 황정민

감독이 일본인과 황정민이 한 패라고 했으니 그런 걸로 한다. 황정민도 이러한 의심을 부추기는 일원 중에 하나다. '최근에 원한 산 적 있죠?', '아주 강한 놈이오.' 등은 누구에게나 할 수 있고 누구나 '그랬던 적이 있는 일'에 관한 것이다. 타로를 안 좋게 보는 것은 아니지만 타로카드에서 연애운을 물어볼 때 '3월에 생길 것 같네요.'라고 한다고 '카더라'. 그 이유는 3월에 보통 새 학기가 시작하기 때문이라 '카더라'. 황정민이 묻는 말은 그런 것과 비슷하다. 무당 불러서 굿 했으면 그만큼 찜찜한 일이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일 테니까.

 

2-6. 신부와 부제

나홍진 감독 종교는 모르겠는데 신부와 부제를 등장시켰으면 처음에 성경구절도 '루카복음'으로 했으면 어땠을지 하는 편집증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건 넘어가고.

 

신부와 부제를 등장시킨 것은 그 두 존재를 대비시키려고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곽도원이 신부에게 찾아갔을 때 신부는 '일본인이 여행자라는 소문도 있고 학자라는 소문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 소문을 의심하는 것이라면 교회에서 도울 일은 없습니다.'라고 하며 곽도원의 질문을 차단한다. 이와 달리 부제는 끝까지 의심하여 일본인을 찾아간다. 같은 의심에 대해 두 인원의 태도는 명확히 다르다. 신부는 주님 안에 있는 자, 부제는 주님과 주님 밖에 걸쳐있는 자라는 설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부제는 의심이 구체화된 일본인을 끝까지 쫓아간 주제에 그 앞에서 '내가 아니라고 하면 믿을 거냐?'라는 일본인의 질문에 '믿겠다.'라고 한다. 그 앞에서 일본인의 눈이 붉게 빛나면서 악마처럼 변한다. 부제는 기도문을 외우지만 일본인은 처음 인용된 루카복음에서 예수님이 한 말을 하고 실제로 예수님이 창에 찔렸던 곳인지 못박힌 부분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어쨌든 상처도 난다.

부제가 한 일은 자기 암시에 불과하다. 잠시 기도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면, 기도를 할 때는 스스로 결정을 해놓고 예수님께 허락 받으면서 자기 암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기도를 하며 예수님이 하시는 말씀대로 자신의 마음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항상 알고 있어야 한다. 이미 의심 다 해놓고 저러는 부제의 모습은 자기 암시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

 

2-7. 좀비

이 부분이 참 왜 들어갔나 싶은 부분 중에 하나이긴 하다. 루카복음을 한 번 더 보지 않을 수 없는데 인용된 루카복음의 어구는 쉽게 말해 '보지 않고 믿는 자는 행복하다.'라는 것이다. 어구에 집착하여 '살과 피와 뼈가' 어쩌고 하는 부분에 중점을 두고 '인간 형상이면 인간이다.'라고 읽으면 안 된다.

좀비는 후자, 즉 어구에 집착한 자들의 의심을 형상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의심을 한 자들이 만들어낸 의심의 물리적인 피해인 것이다.

 

3. 줄거리따라

3-1. 천우희가 돌 던지는 장면 전까지

곽도원이 있는 마을에 변사체(?)가 발견된다. 곽도원과 마을 사람들은 지나치게 끔찍한 사체의 모습에 뭔가 저주를 받고 죽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곽도원은 처음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후배가 들려준 일본인 이야기, 악몽을 꾸면서 이미 그것이 초자연적인 일이라고 확신해버린다. 그리고 그런 곽도원에게 천우희가 일본인이 나쁜 놈이라고 한다.

 

3-2. 일본인 가택 침입까지

곽도원은 이 사람 저 사람 쫓아다닌다. 일본인이 있다는 집까지 가는데 우연인지 저주인지 같이 간 남자가 벼락에 맞는다. 일본인 집에 들어가자 사진 등이 걸려있고 악마의 개처럼 보이는 개도 있다. 일본인이 저주를 걸었다는 확신은 거의 진실처럼 믿게 되는 일이 된다.

 

3-3. 황정민 등장까지

갑자기 딸이 아프고 일본인 집에서 가져온 딸의 신발 등으로 곽도원은 일본인을 죽이고자 한다. 곽도원은 이미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인을 죽이러 갔다가 돌아오고 딸은 미쳐가는 것 같다. 무당을 부른다.

 

3-4. 끝까지

하이라이트는 곽도원이 천우희 앞에서 천우희가 '닭 세 번' 이야기를 할 때 황정민의 전화를 들으면서 갈등하는 것이다. 사실 누구 말이 맞는지는 곽도원은 알 수 없다. 그런데 곽도원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어중간하게 닭이 두 번 울었나 하여튼 그쯤 집으로 간다. 남은 건 시체뿐. 그리고 마지막에 곽도원은 '아빠가 지켜줄게. 경찰이니깐.'인가 어쨌든 그런 말을 한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4. 딸

그러고보니 딸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쓰다보니 생각난 거라 쓸 말도 별로 없다. 딸에 대해선 왜 아무도 이야기를 안 했던 걸까?

지금 드는 생각은, 딸은 오비이락에서 배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까마귀(일본인) 날자(나타나자) 배(딸) 떨어진다(아프다). 정도? 그리고 권선징악을 말하는 건 아니지만 의심한 사람이 쓸데없는 짓 하면서 피해를 주다가 결국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잃는, 그러한 역할로 딸이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5. 마무리

내 생각은 이렇다. 선악보다는 모든 캐릭터들이 곽도원이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도록 훼방놓았다는 것,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하고 의심만 하도록 몰아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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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생각은 글로 잘 쓸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다.

난 사실 뭐 무섭지도 않고 흥미 있지도 않았지만 하도 물어보고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서 포스팅도 해봤다. 한창일 때는 학기 중이어서 너무 바빴고 지금 올리는데, 아무래도 내 생각에 불과하다보니 여러 갈래로 해석 가능한 영화여서 허점도 많이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