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창작과비평사
[엄마를 부탁해]는, 한 가족이 서울역에서 사라진 엄마를 찾는 과정에서 그녀에 관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을 모아 한명의 '엄마'를 그려낸다. 자식이 보았던 엄마, 남편이 보았던 아내는 동일 인물이지만 그 둘이 보는 엄마는 다르다. 공통점이라면 그들이 모두 '엄마'가 당연히 '가정'에 있어야 하는 인물로 취급했다는 정도일까.
엄마를 찾으면서 시작되는 회상은 종이 위에 떨어진 물방울이 점점 넓게 젖어들듯이 가까운 기억에서부터 오래되고 빛바랜 먼 옛날의 추억까지 파고 들어간다. 딸의 이야기, 아버지의 이야기 등이 모여 '항상 그곳에 있던 그녀'에 관한 구체적인 과거를 그린다.
홀로 자식들을 키우고, 명절이면 친가에 보낼 음식들을 홀로 장만했으며, 곡식을 키우는 등 엄마는 한 여인이 도저히 혼자 할 수 없을 일들을 하며 살았다. 그러나 가족들은 그것들이 그녀가 하고 있다는 인식조차 없었다. 마치 우리가 공기가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듯이 소설은 엄마를 그려낸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는 무언가가 빠져있다. 가족들 또한 회상을 하면서 무언가 빠졌다고는 느끼지만 그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모르는 채로 회상을 마친다. 그 조그만 '위화감'을 느끼는 건 그나마 가장 그녀와 오래 있던 남편 뿐이며 소설의 마지막 장, 엄마의 영혼이 이야기하듯 엄마는 바람의 입을 빌려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한 가정의 엄마이자 아내였던 그녀 또한 그녀만의 삶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녀도 자신만의 아픔, 슬픔이 있고 의견이 있었으며 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그녀는 그렇게 그곳에 당연히 있는 '소품'이 아니었지만 항상 있었기 때문에 가족들은 그녀를 잊어버렸다. 그녀의 자식들 중에는 그녀가 까막눈인 것조차 모르는 자식조차 있었다.
가족들이 떠올린 그녀의 그림이 완성되기 위해 필요했던 조각은 바로 엄마 자신에게 존재했던 욕구와 고뇌이다. 새삼스럽게, '엄마'에게도 '엄마'의 삶이 있다는 것을 나 또한 이제 깨닫는다.
"엄마는 왜 엄마 인생을 안살아? 누가 그렇게 해달랬어? 엄마도 엄마 인생을 좀 살라고!"
어릴 적 내 동생이 엄마와 싸울 때 항상 내 동생이 했던 말이다. 내 동생은 엄마와 같은 여자라서 이미 알았던 걸까?
내가 '인식'하고 있었지만 '이해'하지 못한 것,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며 이제서야 알게 된 것을, 동생은 이미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엄마에게도, 엄마 자신만의 욕구와 고뇌가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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