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책

[감상] 마이클 프렐, 언더도그마

전병주 변호사 2013. 7. 13. 19:10

 

 

 

  저자 마이클 프렐은 미국 보수 단체인 티파티 패트리어츠의 전략가로 그렇게 이름이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언더도그마'를 읽고 마이클 프렐에 흥미가 생겨 한번 검색해보았지만 아무래도 네이버에서는 한계가 있고, 구글에서 Michael Prell이라고 검색해보면 그나마 이것저것 이야기가 나오는데 대부분 보수 칼럼니스트, 뭐 그 정도다.

 

  '언더도그마'는 언더독(Underdog)과 오버독(Overdog) 사이 생기는 힘의 알력, 그리고 그 알력 사이에서 도덕적 판단을 해야 할 경우, '무조건 언더독이 선하다.'라고 하는 것에 관한 사람들의 경향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무조건이라는 말에는 어폐가 있을 지도 모르지만(사람들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근거는 있을 테니까) 아무튼 그러한 이야기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가난해 보이는 사람과 부유해 보이는 사람을 보았을 때 '아무래도 선하겠지.'라고 생각하는 쪽은 가난해 보이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지나친 단순화로 설득력이 전혀 없는 예 같아서 다른 예를 들면, 노점상을 밀어내는 정부 직원을 보았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점상을 선의 무리, 정부 직원을 악의 무리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좀 정확한 예일 수 있겠다. 다만, '노점상'이 '선하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노점상의 악한 점'을 말할 것이고, '정부 직원'이 '악하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정부 직원의 선한 점'을 말할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한번 새롭게 사고해보자는 것이고 나의 개인적인 의견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미리 밝힌다.

 

아무래도 사람들은 철거 상황을 보았을 때 노점상은 하루 벌어 먹고 사는 '힘들지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고 철거하는 직원은 '사무실에서 편하게 일하다가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을 방해하는, 혹은 그러한 사람들의 하청을 받고 대신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나도 그랬다.

  그러나 노점상들이 과연 선한 사람들일까?

  그들이 악하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대부분 선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닦인 도로에서 세금을 내지 않고 불법으로 장사를 하고 있으며 그들이 공수해오는 재료 또한 그다지 깨끗하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큰 식당들에서도 불량식품이 나오는 판에 노점상에서?

  이러한 점을 생각해보면, 굳이 말하자면 노점상은 국민들이 이미 낸 세금을 이용하고 내야 하는 세금도 내지 않고 국민의 건강에까지 악영향을 끼치는 나쁜 사람들이다. 물론 노점상을 디스하려는 것이 아니고, 모든 노점상들이 그렇다는 것도 아니며 단지 노점상을 선한 무리로 보는 것은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또한 노점 연합 등이 어차피 자신들의 허락을 받지 않은 노점상은 장사를 하지 못하게 한다는 점도 고려해보면 이는 폭력조직과 다를 바가 없다. 철거 현장에서 시위하는 사람들 또한 모두가 선한 마음으로 오는 것은 아니며 '아르바이트생'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정부 직원들, 혹은 용역 사람들은 악한 사람들일까?

  물론 악할 수 있고 단지 돈을 벌기 위해, 때려 부수는 재미를 위해 노점상 철거 현장에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불법으로 노점 활동을 하는 것을 막는 것이 정부가 하는 일이 아니던가? 그들이 돈을 받는 이유는 그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이 아닌가?

  그들은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실제 상황에서는 당하는 쪽이 항상 불쌍하고 동정심이 가기 때문에 선해보인다. 꼭 그런 것은 아닌데도-.

 

  '언더도그마'는 위와 같은 내용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시한다. 미국인 저자이기 때문에 미국 사례 위주지만 우리나라 상황에 입각해 생각해보면 유사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책이 뒤로 갈수록 재미가 없고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한번 스스로 고민해서 해답을 내려보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지만 좋은 책이다.

 

  '언더도그마'는 약자가 악하다는 것도, 강자가 선하다고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약자는 선하며, 강자는 악하다.'라는 편견을 깨기 위한 내용이다. 약한 사람도 얼마든지 악할 수 있다. 강한 사람도 얼마든지 선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만나는 사람사람을 그들의 평소 언동과 특정 상황에 따른 언동 등을 통해, '자신의 가치관'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선입견과 편견은 분열을 일으킨다. 사실과 다르지만 사실처럼 여겨지고, 한번 분열이 시작되면 의사소통 또한 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자신의 세상 속에서 반목의 골은 깊어져 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