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책 16

[감상] 헤르만 헤세, 정원 일의 즐거움

정원 일의 즐거움 헤르만 헤세 이레 헤르만 헤세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작품은 '데미안'과 '수레바퀴 아래서'였다. 그는 통칭 성장소설로 불리는, 내면적인 성숙을 주된 주제로 하는 글을 많이 썼다. '데미안'이나 '수레바퀴 아래서'는 어둡고 무거운 느낌의 필체였는데, 이것은 헤르만 헤세가 쓴 소설의 대표적인 면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건조하고 관조적인 필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지 않고 도발적이고 파괴적인 면 또한 나타난다. 헤르만 헤세는 유년이 성년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내면의 부드러운 성장이 아닌, 기존의 내면을 깨부수는 파괴적인 '통과의례'를 꼭 서술한다. 그러나 '정원 일의 즐거움'은 그러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헤르만 헤세는 여전히 건조한 필체를 유지하고 있지만 기타 소설과는 달리 어둡고 건조..

여름/책 2013.08.12

[감상] 노자와 히사시, 연애시대

연애시대 노자와 히사시 소담출판사 연애시대는 이혼녀와 이혼남의 이혼 후 재결합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하루는 첫 애를 사산하고 그 때 자신의 곁에 없었던 리이치로와 갈등을 겪고 이혼한다. 이혼 후에도 그들은 결혼기념일마다 만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지만, 어느 날 말다툼 후에 서로에게 이성을 소개시켜주기로 한다. 리이치로는 하루의 친구를 만나고 하루는 리이치로의 친구를 만난다. 그밖에 리이치로는 어릴 적 첫사랑 다미꼬와, 하루는 교수와 연애를 한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가 아닌,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할수록 채워지지 않는 빈 자리를 느끼고 서로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갈등의 시작이었던 사산의 날, 하루는 리이치로의 친구에게서 리이치로가 도망쳤던 것이 아니고 죽은 첫 아이 신노스케가 있는 영안실을 지키고 있었..

여름/책 2013.08.12

[감상]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

상실의 시대 문학사상사 무라카미 하루키 혼자 사는 사람이 있다.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라 홀로 사색하고(사색하게 되고) 또래에 비해 조숙한(그러나 성숙하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그 조숙한 세계관 때문에 주변 사람과 핀트를 맞추지 못하고 혼자서 성장하게 된다. 가끔 꿈꾸는 듯한 눈빛을 가지고 주변에 고독한 분위기가 도는 그런 사람이다. 알고 지내는 사람의 수가 극히 제한적이지만 알고 지내는 사람들과는 일생을 함께 하는 그런 사람. 그러나 그런 사람은 혼자 성장하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회에 휩쓸리는 순간 부서져 버린다. 어린 시절 사회와 부딪히며 고통과 함께 성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에 나갈 때 그동안 겪지 않은 '통과 의례'적인 고통을 모두 받아야 하는 것이다. 나가사와, 기즈키, 그리고 ..

여름/책 2013.08.10

[감상] 마이클 프렐, 언더도그마

저자 마이클 프렐은 미국 보수 단체인 티파티 패트리어츠의 전략가로 그렇게 이름이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언더도그마'를 읽고 마이클 프렐에 흥미가 생겨 한번 검색해보았지만 아무래도 네이버에서는 한계가 있고, 구글에서 Michael Prell이라고 검색해보면 그나마 이것저것 이야기가 나오는데 대부분 보수 칼럼니스트, 뭐 그 정도다. '언더도그마'는 언더독(Underdog)과 오버독(Overdog) 사이 생기는 힘의 알력, 그리고 그 알력 사이에서 도덕적 판단을 해야 할 경우, '무조건 언더독이 선하다.'라고 하는 것에 관한 사람들의 경향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무조건이라는 말에는 어폐가 있을 지도 모르지만(사람들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근거는 있을 테니까) 아무튼 그러한 이야기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가난해..

여름/책 2013.07.13

[감상] 대정전의 밤에

대정전의 밤에 (大停電の夜に) 2005 군대에 있을 때 까만 표지에 마치 그림자처럼 빌딩이 새겨져 있는 책을 읽었다. 제목은 대정전의 밤에, 라는 다소 차갑고 무서운 제목이었다. 군대에 있을 때는 할 것이 없기 때문에 이 책 저 책 가리지 않고 다 읽는다. 이 책도 그렇게 읽었다. 대단히 따뜻한 소설이었다고 기억한다. 난 이 책을 두번 읽었다. 정전으로 칠흑 같이 변한 도쿄에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서로 엎치락뒤치락 전개된다. 그리고 그들에게 따뜻한 해피엔딩이 주어진다. 그리고 문득 이 소설이 기억나 검색엔진에 '대정전의 밤에'라고 쳤는데 영화가 있었다. 소설을 쓴 사람과 영화 감독의 이름이 같았다. 난 영화를 보았다. - 영화와 소설은 같았다. 내가 책에서 받았던 느낌 그대로 영화에서 받았다. 정전,..

여름/책 2011.02.11

[감상]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창작과비평사 [엄마를 부탁해]는, 한 가족이 서울역에서 사라진 엄마를 찾는 과정에서 그녀에 관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을 모아 한명의 '엄마'를 그려낸다. 자식이 보았던 엄마, 남편이 보았던 아내는 동일 인물이지만 그 둘이 보는 엄마는 다르다. 공통점이라면 그들이 모두 '엄마'가 당연히 '가정'에 있어야 하는 인물로 취급했다는 정도일까. 엄마를 찾으면서 시작되는 회상은 종이 위에 떨어진 물방울이 점점 넓게 젖어들듯이 가까운 기억에서부터 오래되고 빛바랜 먼 옛날의 추억까지 파고 들어간다. 딸의 이야기, 아버지의 이야기 등이 모여 '항상 그곳에 있던 그녀'에 관한 구체적인 과거를 그린다. 홀로 자식들을 키우고, 명절이면 친가에 보낼 음식들을 홀로 장만했으며, 곡식을 키우는 등 엄마는 한..

여름/책 2010.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