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책

[감상] 조창인, 등대지기

전병주 변호사 2013. 8. 13. 11:25

등대지기

조창인

밝은세상

 

  책을 펴는 순간부터 결말이 뻔히 예상되는 소설이다. 등대를 선택한 재우, 어릴 때부터 유난히 재우의 형만 아꼈던 어머니... 누구나 책을 여는 순간 '사실은 어머니께서 당신 모두를 사랑하셨다.'라는 테마를 떠올렸을 것이다. 뻔하고 소박한 이야기.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읽었다. 김정현 '아버지'를 읽을 때처럼 그러한 따뜻함을 느끼고 싶었다.

 

  등대는 외로움의 상징이다. 고립된 장소에서 불을 켜는 일을 생업으로 등대를 지켜야 한다. 재우는 모진 어머니, 형과 인연을 끊고 등대로 들어온다. 그리고 8년, 형과 누나에게서 치매 걸린 어머니를 모셔달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재우는 자기 먹고 살 것만 추구하고 어릴 때는 자신을 괴롭힌 그들의 부탁을 듣기 싫지만 결국 어머니를 모시게 된다. 그리고 한참 어머니와 사우던 어느 날, 예전에 재우가 좋아했던 난희가 찾아온다. 그녀가 과거 재우의 어머니께서 하셨던 이야기들을 재우에게 말하고 재우는 착잡한 심정이 된다. 어릴 대는 형만 편애하고 자신만 혼냈던 어머니의 냉랭함, 그 뒤편에 숨겨져 있던 어머니의 '슬픔'과 '미안함'을 깨닫는다. 이후, 재우는 어머니와 몇번 더 갈등을 겪지만 등대에서의 생활을 잘 이어나간다. 그리고 폭풍우가 치고 재우 혼자 등대를 지키던 날, 재우는 등불이 안나오는 등대를 고치기 위해 등탑에 올라간다. 등대는 고쳤지만 재우는 벼락을 맞고 하반신이 마비된다. 그런 재우에게 치매 걸린 어머니가 다가온다.

 

  작가는 치매에 걸렸으면서도 본능처럼 재우에게 다가오는 어머니를 통해 모성애를 그리려 한 것 같다. 치매로 살며 얻은 기억을 잊어가지만, 등탑에서 하반신이 마비된 아들을 지키려 다가오고 물을 떠먹이는 모습은 아름답다.

 

  살아계실 적 부모님께 잘해드려야 언제 다가올 지 모르는 죽음의 때에 울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못볼 사람과 함께 있을 시간은 너무 짧고, 그 사람의 사랑을 떠올릴 기간이 너무 길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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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 짐작하고 봤던 소설.

  생각만큼 슬프지 않고 감동도 크지는 않다.

  그래도 생각한대로 따스한 내용이라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