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웹툰에 관해서 써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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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굳이 매니악하게 즐기는 분야라면 요리가 관련된 분야이다. 역시 내가 어릴 때 유명했던 요리 관련 만화라면 중식 관련된 만화인 요리왕 비룡, 초밥 관련된 만화인 미스터 초밥왕이 있을 것이고 대학교 진학 전후라면 인도 커리와 관련된 화려한 식탁이 있을 것이다. 이 시점의 만화라면 역시 요리마저 선악 구도로 나누어 주인공과 주인공에게 반대되는 세력 간의 요리 대결로 주인공이 성장하여 반대 세력을 무찌르는 권선징악 느낌의 만화들이 대부분이다. 주인공은 요리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을 뿐이고 반대 세력은 주인공만큼의, 혹은 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으며 그에 더해 주인공이 가지지 못한 무한한 부를 통해 재료마저 더 뛰어난 것들을 조달하여 요리를 한다. 그러나 반대 세력은 보통 방심해서 진다.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권선징악 구도를 좋아하는 편이고 아무래도 더 나은 요리를 만들게 하려는 필연성, 연출을 위해서는 당연히 대결 구도로 가는 것이 맞고 그중 가장 단순한 것이 권선징악 구도이기 때문이다.
맛의 달인이라는 만화도 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일본의, 혹은 세계 각국의 요리를 소개하지만 이 역시 주인공과 주인공 아버지 간의 대결 구도를 가져간다. 물론 맛의 달인은 요리를 통해서 일본의 지역적 문화나 각국의 문화, 혹은 요리를 통해 이루어지는 갈등 해결이나 사랑 이야기 등 수많은 컨텐츠를 풀어내지만, 전체적인 틀을 구성하는 핵심 컨텐트로 주인공과 주인공 아버지 간의 대결 구도를 활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마치 명탐정 코난이 검은 코트의 사나이들과 코난 간의 대결 구도를 전체적인 틀을 구성하는 핵심 컨텐트로 사용하듯이 말이다.
현재 네이버에서 제공되는 데뷔 작가의 웹툰만 150개가 넘고 다음, 레진코믹스, 올레웹툰 등에서 운영되는 웹툰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많은 숫자의 웹툰이 연재되는 것은 다양한 취향을 가진 독자를 포괄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웹툰 컨텐츠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여 독자들이 해당 포털에서 고정되도록 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다양한 주제의 웹툰들이 지속적으로 데뷔하고 있는데 최근에 약진하고 있는 것이 요리 컨텐츠이다.
큰 장르로 나누면 액션 / 판타지 / 스릴러, 공포 / 드라마 / 로맨스 등으로 웹툰 장르를 나눌 수 있는데 기존 요리 컨텐츠를 활용한 만화는 위 웹툰 장르 중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대결 구도만 생각하면 액션도 되고 스토리 내 있는 애정 관계를 생각하면 로맨스로도 분류된다. 이는 요리가 컨텐트에 불과하고 장르에 포괄되는 개념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최근 요리를 이용한 웹툰의 장르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네이버에서 연재되는 공복의 저녁식사, 밥 먹고 갈래요?, 다음의 전통적인 강자 오무라이스 잼잼과 코알랄라, 냥군의 서울맛집, 레진코믹스의 미슐랭 스타, 그리고 올레 웹툰에서 연재되는 더 테이블, 수상한 그녀의 밥상, 밥 해주는 남자 등 요리 컨텐츠의 웹툰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되고 있다.
서두에 기술하였듯이 기존의 요리 만화는 권선징악 느낌의 대결 구도로 진행되었다. 현재 이러한 구도 내에서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웹툰은 미슐랭 스타이다. 요리 웹툰 초기작이라고 할 수 있는 오무라이스 잼잼과 코알랄라, 냥군의 서울맛집은 요리 자체를 설명하려는 설명 만화였다. 냥군의 서울맛집의 경우에는 음식점을 소개하는 웹툰이다. 그리고 현재 가장 약진하고 있는(데뷔를 많이 하고 있는) 요리 웹툰의 경우 드라마 형식의 웹툰들로 대표적인 장르는 더 테이블, 밥 해주는 남자로 볼 수 있겠다. 이 장르의 요리 웹툰은 만화 시대의 요리 만화와는 달리 대결 구도를 드라마 구도 내에서 하나의 장면을 연출하는 형식으로 활용한다. 이 장르의 장점이라고 하면 평온하고 기다림이 있으며 잔잔하게 운영되는 이야기 내에 작가 개인의 웃음 코드를 집어넣어 읽으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또한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일반 가정에서 요리를 도맡아 하는 사람이라면 쉽게 할 수 있는 요리를 어떻게 만드는지 간단히 한 회의 말미에 집어넣어 사람들이 웹툰을 읽고 호기심이 동하는 사람은 실제로 요리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요리를 설명하는 오무라이스 잼잼과 코알랄라와 요리를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는 더 테이블의 차이점이다.
기타 오묘의 밥 해주는 남자의 경우 일상툰 구도로 매일 한 가지 요리씩을 어떻게 만드는지 설명한다. 그림체도 귀엽고 채색도 파스텔톤이고 설명도 쉬워서 보고 만들기도 쉽다. 또한 냉장고에 있던 연어, 먹다 남은 캐비어 같은 말도 안 되는 고급 재료가 아니라 당면, 식빵, 마요네즈 등 일반 가정집에서 구비하고 있는 혹은 집 앞 마트에서 정말 싼 값에 구입할 수 있는 재료들로 할 수 있는 요리들을 소개한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러한 웹툰들을 보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요즘이다. 이제는 더 이상 자기의 키보다 더 큰 불꽃으로 치열하게 볶음밥을 만드는 요리왕 비룡이나 초밥을 쥐는데 정열을 다 하는 미스터 초밥왕을 보고 싶지는 않다. 나에게 부담이 된다. 주인공이 만든 식사를 미미!라고 하며 온갖 표정 및 천사와 밥알이 입 안에서 튀는 오버스러운 연출을 통해 씹어 삼키는 기존 만화와 달리 표정이나 간단한 말 한 마디로 '맛있음'을 표현하는 최근의 만화들로 내 취향이 점점 더 옮겨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잔잔한 요리 웹툰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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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냥군의 서울맛집(완결)
http://webtoon.daum.net/webtoon/view/seoulmat
코알랄라(완결, 일부 유료)
http://webtoon.daum.net/webtoon/view/koala
오무라이스 잼잼(미완결, 일부 유료)
http://webtoon.daum.net/webtoon/view/jamjam
네이버
밥 먹고 갈래요?(미완결)
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651664&weekday=fri
공복의 저녁식사(미완결)
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642700
네이트
미슐랭스타(미완결, 레진코믹스에서도 업로드)
http://comics.nate.com/webtoon/detail.php?btno=48736
올레웹툰
더 테이블(미완결)
http://webtoon.olleh.com/web/times_list.kt?webtoonseq=202
밥 해주는 남자(미완결)
http://webtoon.olleh.com/web/times_list.kt?webtoonseq=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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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최근 올레웹툰이 웹툰계의 신흥 강호로 보인다. 작품 수가 아직 아주 많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웹툰이 질이 높고 스토리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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