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여우비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작가가 과연 전부일까

전병주 변호사 2013. 8. 12. 11:05

  군을 2010년 말에 마쳤으니, 이제 2년하고도 반이 지나가고 있는 셈이다. 그때의 글을 보면서 '아, 내가 확실히 나이를 헛으로 먹은 것은 아니구나.' 싶기도 하고 앞으로도 나이를 헛으로 먹지는 않겠구나 싶기도 하다.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예전에 쓴 독후감을 보니 이외수의 '괴물'과 한비야의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에 관한 것들이 있었다. 글쎄, 그때는 읽으면서 새로웠고 감동적이었고-이외수의 책 같은 경우에는 문체가 별로였고 글도 잘 못썼지만 과격한 내용과 약간의 오버스러울 정도의 감성을 책에 표출했고, 한비야 같은 경우에는 더도 덜도 말고 그냥 기행문이었지만 선임이 너무 좋아해서 나도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바른 마음을 가진 작가들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뭐 안좋은 얘기도 들리고 내가 생각했던 만큼 바른 삶을 사는 사람들은 아닌 것 같고 그러다보니 그때 쓴 독후감을 보며 과연 책이 작가의 마음을 제대로 드러내는 것인가 싶었다.

 

  착한 척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페이스북에서도 착하고 예쁘고 그런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책은 어쩌면 작가들의 보여주기를 위한 매개체였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생각한 올곧은 사람은 정말 세상에 몇 없는 것 같다. 저들의 개인의 영욕을 위해 '바르게 보이는' 내용을 차용한, 곡학아세를 한 인간들일 뿐이다. 아니, 배운 것이 없으니 곡학아세조차 붙이기 힘든 일일 지 모른다.

 

  나는 바른 삶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책을 읽고, 나중에 그러한 내용을 듣고 배신감을 느낀 것이다. 난 바르게 살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세상에 지나친 기대는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나보고 '너무 착해서 걱정이야.'라고 하지만, 왜 바르게 사는 것과 착하다는 것을 동일시하는 것일까?

  도덕을 지키는 사람들은 절대 세상이 생각하는 것만큼 착하지 않다. 그들은 자신의 도덕이 이끄는 삶을 사는 것이고, 그만큼 개인의 의지가 강한 인간들인 것이다. 그들은 세상 위에 있는 '선'에 자신을 맡겼기 때문에 별로 착한 인간들은 아니다. 그저 배려가 생활화되었을 뿐이며, 그것을 보고 착하다고 하는 것은 지금의 삶이 얼마나 엉망인 지, 얼마나 서로를 생각하지 않는지를 드러내는 단적인 예시일 뿐이다. 또한 저러한 거짓말쟁이들이 당당히 책까지 내며 판칠 수 있는 세상의 쓴 면을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