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책

[감상] 천년의 금서

전병주 변호사 2016. 7. 22. 00:09

천년의 금서

김진명

새움

 

재미는 있었는데 이건 소설이라기보다는 작가가 자기 생각은 발표하고 싶은데 사실근거 위주로는 불가능하니까 소설의 형식을 빌려서, 약간의 억지를 써서라도 내 생각을 발표해버리자! 라는 느낌의 책이다. 읽은 후 반추해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상의 것이 없다.

 

블로그 몇 개 찾아보니까 이게 이 작가 특징인 것 같기는 한데, 사건의 전개가 중간중간 빠진 것처럼 휙휙 넘어가고 인물에 대한 묘사도 거의 안 되어 있어서 이전에 감상을 쓴 판타지 소설 SKT의 인물들처럼, 인물들이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에 맞추어 그때그때 인물들의 성격이 바뀐다는 느낌이 강하다.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걸 '전개가 빠르고 몰입감이 높다'라고 표현하는 것 같은데, 난 이런 건 개인적으로 잘못 쓴 소설이라고 보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는 않다.(사실은 이런 건 소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 주장을 내세우기 위해 이것저것 갖다붙인 레포트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팩션으로 보기에는 작가의 주장이 너무 강요하듯 써있어서 팩션이라고 보기도 좀 그렇다. 충분히 좋은 주제이고 전개나 인물 묘사 등 소설의 기본에만 충실했고 주장을 하는 느낌이 아니었으면, 나왔을 당시에도 잘 팔렸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훨씬 더 히트를 쳤을 거라고 본다. 쉽게 말해 소설로 썼으면 더 히트를 쳤을 것 같다는 뜻이다.

 

내용은 '고려는 고구려에서 왔고 조선은 고조선에서 왔으니 대한제국은 한이라는 나라에서 온 건 아닐까? 한은 삼한을 가리킨다고는 되어 있었는데, 삼한은 작은 나라였는데 굳이 대한제국이 그런 작은 나라의 정통성을 이으려고 할 필요가 있었을까? 아니다. 한이라는, 정말 정통성을 이을 만한 나라가 있었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사실과 허구로 뒷받침한다.(소설에서는 대한민국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문맥상 대한제국이 맞는 표현이라고 본다. 그리고 사실과 허구로 뒷받침한다고 쓰긴 했지만, 허구를 마음대로 써도 되니까 필요한 부분은 허구를 집어넣은, 약간은 무책임한 글로 보인다. 소설이 사실 기반을 할 필요는 없지만, 위에도 썼듯이 소설이라기보다는 작가 주장을 위한 책으로 더 읽혀서.)

 

내용 전개는 추리 형식을 빌렸지만 추리도, 추리가 필요한 사실관계 등은 '이건 사실, 이건 의심할 만함.'이라는 식으로 틱틱 넘어가고 의심할 만한 부분에서 이제 주인공이 중국으로 넘어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실상 추리소설로도 볼 수 없다.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흔드는 부분도 별로 없다. 사람에 대한 고찰이 아니라 자기 주장을 억지스럽게 나열한 느낌이 너무 강해서, NASA 요인 프로그램이나 ETER에서 주인공들을 지켜주는 장면도 나름 극적인 부분인 것 같긴 한데(전개상) 별로 감동이 솟구치는 느낌도 안 난다. 그냥 그런가보다, 싶다.

 

그나마 그런 게 느껴지는 부분은 여주가 심의회에서 발표하는 장면인데 이 부분은 작가가 정말 이 내용을 쓰고 싶었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감정이 잘 드러난다. 이전까지 내용에 기승전결이 없었다면, 이 부분만의 기승전결이 너무 잘 구성되어 있다고나 할까. 그래서 더 소설 같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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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까기만 했나보다. 난 책이 재미도 있었고 책을 빨리도 읽었는데, 옛날 귀여니소설류를 읽을 때보다 소설 같지 않았다. 말했듯이 주장이 너무 강해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