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았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나는 어릴 때 아버지처럼 되고 싶지 않았다. 비인간적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아버지는 또 너무나도 인간적이다. 아버지는 독하다. 그래서 아버지께는 고민을 말할 수 없다. 대답은 "열심히 해야 한다."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느끼던 것, 그리고 최근에서야 알게 된 것은 나도 그렇다는 것이다. "해도 안된다."는 대답은 나에게는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내 대답도 항상 "하면 된다."로 귀결된다. 나는 그것이 시작이고 끝이다. 물론 나도 그 사이에 논리를 만들어 위로할 수 있다. 하지만 내 위로 따위는 진심이 아니다. 거기에는 감정이 들어있지 않다. 나는 이런 속이 싫다. 나는 껍데기가 싫다.
2. 나는 내 주관이 강하다? 조금씩 내 삶에 다가오는 것들에게 내 주관으로 판단하고 있다. 될대로 되어라라는 식으로 넘어가던 과거와는 다르다. 조금씩 변하고 있다. 겉에 의해 바뀌던 내가 내 의지대로 움직인다고나 할까...
3. 내가 전화를 할 때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너의 말을 조금이라도 더 듣고 싶기 때문이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나의 말은 그만두고 나에게 의미가 되는 너의 말을 듣고 싶기 때문이다. 나의 중얼거림은 수화기 너머의 너에게 의미가 될까... 그렇다면 나는 헛짓거리를 하고 있지는 않은 셈이다. 나는... 의미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내 말은 너에게 아무런 의미가 되지 않는다. 의미가 아니라는 건, 너의 옆에는 그 사람이 있기 때문에. 나는 너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보다 친한 사람이 있다는 데는 조금 질투가 난다. 많이 보고 싶다.
4. 친구들이 나오는 꿈을 꿀 때면 미칠 것 같다. 꿈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현실은 사라지길 바라는 하나의 환상이 된다. 많이 보고 싶다. 애들은 뭘 하고 있을까... 친구들은 꿈속에서 너무나도 생생하다. 일어났을 때 나는 비참하고 외롭다. 나는 차라리 현실보다 꿈속에 존재하고 싶어진다. 꿈에서 느끼는 환희, 기쁨이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감각이 떨어진다거나 죽고 싶다는 건 아니다. 그저 꿈에서의 내가 실재하는듯 너무나도 실제적이고 그것이 깨어났을 때에도 강하게 나를 사로잡기 때문이다.
5. 대학생이란 무엇일까? 공부한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내가 대학생이 할 거라고 생각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을 못했다. 연극을 보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여유롭기를 바랐지만 성격인지 그것은 못했군. 놀고 술 마시고... 잘못 지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난 다르게 지냈지. 자란다는 것은 내 스타일, 나를 확립시켜 나간다는 뜻이다. 고민해봐야겠다.
6. 변해가고 있는가. 나는 변하고 있는 것 같다. 고3 때까지 나는 내 가슴에 차가움, 냉소, 무관심 뿐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실제로 그랬을 수도 있다. 나는 별다른 일에도 놀라지 않고 언제나 태연히 무덤덤하게 내가 할 일을 했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하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면서 나는 내 안에 두근거림, 사랑, 명랑 같은 밝은 것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변했다기 보다는 그것은 내 안에 있는 또다른 성격이었다.
사람의 변화는 성격보다는 습관의 변화가 아닐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지만 성격이라는 것은 이미 자아에 내재되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환경에 변화에 따라 발달이 다른 것 같다. 하지만 습관은 내재되어 있지 않다. 환경의 변화에 따라 습관은 변화한다. 이건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7. 나는 겸손해져야겠다. 사람들은 자신이 자신있게 알고 있는 것- 그런데 그들은 잘 모른다.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이 멍청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어떤 것에 대해 확실히 안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원론적인 것도 있지만 사람이 경험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는 현실적인 것이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8.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람... 혼자만 지내면 안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아는데 그러고 싶다. 신경을 쓰는 건 내 본성이다. 이건 어쩔 수 없다. 그다지 단점...도 아니고. 앞으로도 이럴 거 같은데, 뭐.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만 지낼 수 는 없잖아.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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