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병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부대의 기간이 되었음을 뜻한다. 그리고 동시에 병사들 사이에서 꽤 높은 위치에 온 것도 뜻한다. 이쯤 되면 웬만한 일을 해도 잘 해낼 수 있고 약간 잘못을 해도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다. 군대 내에서는 가장 힘이 막강할 때고 동시에 피곤할 때다. 게을러지고 거만해진다. 나도 모르게 조금씩 변한다. 모두 이랬겠지.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조금씩 변해간다.
인간은 그저 짐승일 뿐이라는 생각을 한다. 짐승은 우리를 벗어나면, 혹은 강제하는 힘이 없으면 포악해지니까.
2. 허무하다고 해야 하나? 이번 휴가 때 이틀 쯤인가, 굉장히 허무했다. 허탈해 기운이 빠져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싶었다. 이러면 뭐하나 싶은 기분. 너무 힘이 빠졌다.
3. 갈등이 심하다. 내가 생각하는 것과 너무 다르다. 힘들어. 나도 뭐라고 하고 싶지 않다. 나라고 좋아서 그러는 거 아닌데... 이미 이해를 받기에는 선을 지난 것 같다.
4. 어느 집단에 들어가면 그 집단은 우리가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높은 위치로 갈수록 그렇다. 우리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것, 우리가 그런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집단이 우리와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었다는 것을 알 때, 집단을 우리 손으로 조정할 수 있다. 사람들이 그것을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5. 그리움과 외로움. 이런 것이 왜 생기는 지, 어디까지 파고들어야 하는 지 잘 모르겠다. 성숙과 성장. 이별에 익숙해지는 것이 성장이 아니라 이별을 겪으면서도 계속해서 다가가는 것, 그것이 성장이 아닌가 싶다.
6. 언제든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타인의 의견은 물론이고 환경, 삶의 변화까지도. 내가 틀릴 수도, 다를 수도 있다. 항상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 나는 고정된 무언가가 아니다. 나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롭게 바뀌어 다가오는 미래에 적응해야 한다.
7.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티를 내지 말아야 한다. 어려운 일이겠지. 말할 사람은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내 문제는 내가 지고 있어야 한다.
8. 언젠가 운명적인 사랑이 찾아올 수도 있다. 그 사람에게는 모든 것을 주어야 할까? ...그 고민보다 먼저, 지나치는 사람 중에 내가 사랑해야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9. 하루하루 스트레스 받는다. 풀 데가 없구만. 머리 아프고. 난 여기서 뭘 하고 있니? 굳이 착해지고 싶은 건 아니다.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
10. 신병교육대에서 느꼈던 것을 왠지 모르게 다시 느끼고 있다. 내일에 대한 기대가 없고 변화라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상. 분대장 파견으로 이미 일주일이 지났건만 남은 6월은 너무나도 길구나.
항상 비슷한 것 같다. 전에 후회한 것을 다시 후회하고 사랑했던 것을 다시 사랑하고. 어둡다.
어젯밤, 오늘 새벽까지 낙뢰가 내렸다. 깜짝깜짝 놀랐다. 까만 밤이 하얘질 때마다 깜짝 놀랐다. 여기 와서 오히려 더 감정적이 되어가고 있다. 감정... 어떻게 되는 걸까? 군대 와서 오히려 느려졌다. 다들 바쁘고 빨라지는데. 여기의 삶은 목가적이고 느리다.
11. 군대를 잘 왔다는 생각이랄까... 저녁이라 지금 쓰는 건 보이지 않는군. 엉망이겠지. 좋은 책이란 어떤 것일까? 나는 뭔가에 얽매여 사는 것 같다. 성공, 돈, 명예...
경험과 여유가 필요하다. 깰 수 없는 무언가, 우리 사이, 오늘따라 창밖의 달이 유난히 보인다. 나는 이제서야 감성에 조금씩 눈을 뜨는 것 같다. 슬프고 외롭다. 외부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굳게 나아가야...
창으로 보이는 달이 차게 보였다.
12. 다 거기서 거기다. 특별히 대단하고 놀라운 건 없다. 앞으로는 했던 건 하지 말자. 냉소적이고 기계적이었던 사람이 밝고 긍정적인, 능동적으로 되는 것은 '나'는 사랑받고 있다는 자신감 덕분이다. 그리고 나아가 자신이 잘났다는 생각 때문이다. 나를 사랑해야 하는 것이다.
13. 나가면 연애해야겠다. 너무 경험이라고 해야 하나... 기억이나 추억이 없다. 차이든 깨지든 사랑해야겠다. 그래야 더 성장할 것 같다. 그냥 그런 기분이 든다.
14. 보상받고 싶은 걸까? 힘들었던 그때의 이야기를 계속 하는 것은... 야들이 그렇게 말을 했을 때, 내가 왜 그렇게 군대 이야기에 열을 올렸는 지, 알 것 같다. 끝없이, 계속 말해야 하는 이야기들...
15. 어떤 사람과 할 말이 없다면 계속 연락을 하는 게 나을까, 연락을 끊는 게 나을까? 잠정적으로, 그냥 두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렇겠지. 다시 만나고, 계속 지내다보면 할 말이라는 건 생길 테니까. 연이 닿으면 끊어도 다시 만날 수는 있을 지 몰라도 내가 노력해야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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